정보 헤라클레스는 왜 헤라클레스일까?
헤라클레스 : 먼저 나는 그대에게 내 운명을 일깨우고자 하오.
그대도 보다시피, 불멸의 영광을 얻기까지
내가 얼마나 많은 노고를 참고 견뎠는지 말이오.
잘 알아두시오. 그대의 이 고통들을 통해 그대도
영광스러운 삶을 얻도록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고대 그리스에서 흔히 보이던 작명법은 신의 이름에 접미사를 붙이는 방법이었다. 예를들자면 헤로도토스Herodotus는 헤라의 선물이라는 뜻이고 아폴로도로스Apollodoros는 아폴론의 선물이라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디오클레스Diokles는 제우스Dios의 영광Kleos, 테미스토클레스Themistokles는 질서의 여신 테미스Themis의 영광Kleos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이름은 해당 신이 자식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부모의 바람을 잘 나타낸다.
나는 크로노스의 아드님 제우스의 자식이었지. 그럼에도
훨씬 못한 인간에게 예속되어 끝 모를 고난을 겪었다네.
그자는 나를 노리고 힘겨운 노역들을 주문하였지.
그 후 헤라는 두 마리의 뱀을 보내어 그 아기를 삼키도록 했다. 그러나 아기는 두려워하지 않고 양손으로 각각의 목을 움켜쥐어 그 뱀들을 목 졸라 죽였다. 그래서 아르고스 사람들은 이 사건을 듣고, 그가 이전에 알카이오스로 불렸던 것을, 헤라Hera로 인해 영광Kleos을 얻었다는 이유로 헤라클레스라 불렀다. 보통 다른 경우에는 부모가 자식의 이름을 짓지만, 이 경우에는 오직 그의 탁월함이 그의 이름을 결정했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핀다로스도 이 영웅은 원래 알케이데스라 불렸는데, 헤라가 자신이 가한 괴롭힘 덕에 얻은 영광임을 마지못해 인정하며 그를 헤라클레스라 새로 이름 붙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의 이름이 알케이데스였으나 이후 헤라클레스로 바뀌었다... [...] 이는 헤라가 자신의 강압으로 인해 그가 명성과 덕망을 얻게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원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고대 로마의 역사가 클라우디우스 아엘리아누스Claudius Aelianus는 새로운 어원을 제시한다. 아폴론의 신탁을 통해 은혜Era를 베풀어 얻은 영광Kleos이라는 뜻의 헤라클레스라는 새 이름을 받았다는 것이다.
헤라클레스여, 포이보스가 너를 이 이름으로 부른다. 네가 인간들에게 은혜Era를 베풀어 불멸의 영광Kleos을 얻게 될 것이다.
이렇듯 이설들이 난립하고 있다는 것은 그들 스스로도 이유를 모른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현대에도 이와 유사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푀처(Pötscher)는 헤라클레스의 업적이 헤라의 명령에 따라 수행되었다는 초기 전승이 존재했으며, 헤라의 적대적 역할은 후대에 추가된 요소라고 주장한다. 또 웨스트West는 이름의 앞부분이 헤라뿐만 아니라 영웅Heros와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헤라클레스의 이름에 대한 현대의 다양한 학설이 존재하나, 옥스포드 고전학 사전의 헤라클레스 항목에 의하면 이름의 어원에 대한 현대 학자들 간의 공통된 합의는 아직 없다(Schachter, 2012).
그러나 영웅이 어떻게 클레오스Kleos(영광)을 얻고 숭배되는지 생각해본다면 이러한 역설도 해소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스 전통에서 영웅이 얻는 클레오스는 포노스Ponos(고난)을 통해 얻어진다. 아킬레우스는 트로이 전쟁이라는 포노스를 통해 클레오스를 얻고, 오뒷세우스는 귀향을 위한 모험이라는 포노스를 통해 클레오스를 얻는다. 페르세우스, 테세우스, 이아손 역시 모험에서 겪은 포노스로 클레오스를 얻는다.
그러면 헤라클레스는 어떨까? 물론, 헤라클레스는 그리스 신화의 어느 영웅과도 다르다는 것을 먼저 말해두어야 하겠다. 제우스의 피를 이어받았을 뿐만 아니라 제우스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인간으로부터 낳은 유일한 자식이기 때문이다.
빵을 먹고 사는 인간들을 위해 재앙을 물리칠 자를 낳으시려는 것이었다.
신적인 포노스는 마땅히 신적인 클레오스로 돌아오는 법이다. 신과 같은 존재감으로 박해받는 헤라클레스는 열두 고역의 위업을 달성하고 종국에 필멸의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신으로 격상되어 올림포스에 오른다. 이처럼 그리스 신화에서 영웅적 위업으로 필멸의 인간에서 신으로 오른 사례는, 신화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아스클레피오스를 제외하면 헤라클레스 뿐이다. 그리스 종교에 존재하는 죽어야 하는 인간과 불멸의 신 사이의 지엄한 구분을 깨뜨린 헤라클레스는 그리스 전역에서 영웅-신Heros-Theos로 숭배되었다. 신적인 포노스에 걸맞은 클레오스를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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