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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게시판

아무도 모르게 고민상담 어떠신가요?
05bd93c4 2024.06.12. 23:55
덤덤하게 읽어보려 했는데 감정이입 돼서 힘드네.
나는 전세사기 맞아서 갑자기 인생 초기화 + 빚만 생김.
이로 인해 우울증 터널을 지나는 중이고 이 터널이 끝날지 내가 끝날지 모르겠지만 묵묵히 견뎌내는 중임.
형이 이렇게 글을 남겼다는건 누군가 도와주길 바라는 마음일거라 짐작해. 내가 견뎌내는 방법을 공유할텐데 도움이 조금이라도 되었으면 해.

1. 정신과
내 상태를 가장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줘. 나는 너무 힘들어 죽을 지경이였는데 생각보다 최악은 아닐 수 있어. 처음 정신과 의사는 사무적으로 시간 때우는 쓰레기였는데 두번째 의사는 도움 많이 줬어.

2. 주변 사람들
부모님께 힘들겠지만 얘기하자. 이거 너무 힘든거 알아. 자랑스러운 자식이고 싶은데 내 치부를 들춰내는거 어려워. 근데 우린 문제를 마주해야 해. 조금 이기적으로 생각하자. 내가 이렇게 태어난건 내 잘못이 아니야. 부모님 잘못이야. 그러니 얘기하자. 얘기하는 것만으로 이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해결해야 할 상황이니 훨씬 든든해져. 주변 사람들에도 얘기해. 내 사람이 누군지 확실히 필터링 될거야.

3. 나 자신
내가 너무 싫더라. 태어난것도 내 잘못같고 잘하는거 하나도 없고 주변에 민폐만 끼치는것 같아. 이게 점점 심각해져. 혹시나 주변에서 칭찬을 해도 놀리는건가 싶고 고깝게 들려. 세상이 나를 버린 기분이야. 그러다 나를 때려. 나는 맞아도 싼놈이라고 정신없이 때리고 나면 왠지 모르게 후련해져. 자기를 사랑하라 그러는데 어떻게 하는지 몰라. 곰곰히 생각해봤어. 누가 나를 가장 사랑할까. 부모님이더라고. 그래서 스스로 나는 나의 아버지 어머니가 되기로 했어. 누가 내 자식한테 누명을 씌운다면 나는 부모로써 어떻게 할것인가. 분명 그 사람 찾아가서 따질거야. 이제 라면 하나를 끓여도 내 자식이 먹는다 생각하고 끓여.
그릇에 라면 옮겨닮고 반찬도 그릇에 하나하나 옮겨 담아서 내가 나에게 부모같은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대해줘. 비록 지금도 잘하는거 하나도 없지만 내 입맛에 맞는 라면을 끓여내는 내가 아주 조금 좋아졌어.

4. 운동
우울증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어.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대단한걸 하려하지 말고 정말 할 수 있는것중에 가장 쉬운걸 해보자. 지금 누워있다면 앉는것부터 시작하고 앉아있다면 일어서보고. 조금 걸어보고 그러다 가볍게 뛰기도 해보고.

우울증이 거지같은게 좋아지나 싶다가도 거짓말처럼 지하까지 끌고 들어가. 그러다 또 좋아지나 싶다가 내려가고. 무한 반복이야. 나는 완전 극복하려는건 욕심 같아. 그냥 증상이 좋아질때 그 기분 좋음을 즐겨. 어차피 다시 떨어질걸 아니까. 이렇게 그냥 사는거야. 기분 좋으면 좋아하고 우울하면 우울해하고. 여전히 터널을 지나는 중이지만 견디기가 많이 괜찮아졌어. 내 경험이 형에게 정말 쌀 한톨만큼만 도움이 되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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