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단독] "절벽 끝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더라"
―축하한다. 이번 농심배의 하이라이트를 꼽으면.
―가장 부담이 큰 경기는 언제였나.
▷농심배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내면 안 됐다. 제 기억에 한국이 꼴찌를 한 적은 없었다. 일본의 마지막 주자인 이야마 유타 9단과의 경기는 무조건 지지 말아야 했다. 저도 마지막 주자라 벼랑 끝 승부였다. 꼭 이기고 출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승리를 거둔 후에는 부담이 많이 줄었다.
―승리에는 운도 따라야 한다고 했는데.
▷예전 같으면 최소 두 판 정도는 운이 많이 따라왔다. 이번에는 신기하게도 굴곡이 많이 없었다. 2021년 5연승할 때도 2경기 정도는 운이 좋았다. 이번에는 최종전 막판에만 운이 좀 따랐다. 내가 실수를 하고 구쯔하오가 막판에 한 수만 잘 뒀으면 거의 졌을 상황이다. 아마 결승전이 주는 압박감에 초읽기가 들어간 상황이라 서로 뭔가에 홀렸던 것 같다.
―이번에 특별한 루틴이 있었나.
▷시간을 딱딱 맞춰서 움직였다. 오전 10시 40분에 감독님과 만나서 11시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경기를 한 이후 저녁은 오후 6시에 먹었다. 또 오후 8시에 감독님과 만나 바둑 공부를 했다. 마치 학교나 회사원처럼 계획대로 움직이니 컨디션 조절을 잘할 수 있었다.
―최근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던데.
▷체력이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가 끝나고 원정 경기도 많아졌다.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낀 적이 있다. 작년 삼성화재배에선 체력도 떨어졌는데 감기까지 걸려 고생했다. 예전에는 하루에 두 경기를 두기도 하고 하루 정도 안 자도 좋았는데 지금은 쉬어도 충전이 안 되더라. 가벼운 운동도 하고 있고 출전 대회도 어떻게 계획해야 할지 좀 더 생각하고 있다.
▷중국은 바둑 문화도 인프라스트럭처도 잘돼 있어 팬이 많고 대회에 구경하러 많이 오더라. 한국은 세계 최고 선수들이 있는데 그 업적에 비해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개인적으로 우승하는 것뿐만 아니라 팬들이 바둑을 더 좋아하고 관심을 갖게 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