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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외팔이 기사 괴츠 폰 베를리힝엔과 관련해서 가장 흥미로웠던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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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팔이 기사 괴츠 폰 베를리힝엔과 관련해서 가장 흥미로웠던 사실 | mbong.kr 엠봉

"철의 손" 괴츠 폰 베를리힝엔은 대단히 독특한 삶을 산 인물임.

아이덴디티인 강철 의수부터 시작해서, 친구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혈혈단신으로 도시에 전쟁을 선포했으며, 독일 농민전쟁에선 농민반란군 지휘관으로 참전했고, 신롬 황제까지 그 악명을 알고 있었던데다가 훗날 괴테의 희곡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기까지 했으니...

그런데 내가 베를리힝엔의 삶에서 무엇보다도 인상깊었던 부분은 저런 사건들보다는 역시 이거임.

근대 후기에 상이군인 회고록이라는 독특한 장르가 등장했다. 이 회고록에서는 불구가 되는 부상이 육체적 허약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예전의 이상에 대한 환멸과 갱생, 자신과 세상을 더 많이 이해하는 계기로 이어진다.

인용문에서 바이스코프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글을 쓰는 손을 잃었다는 것은 나의 자아상에 대한 공격이었다. 기자가 될 수 없다면 나란 존재는 무엇인가? 어찌해야 좋을까?"

그는 각종 의수가 주는 육체적, 심리적 충격을 설명하며, 자신이 글을 쓰고, 테니스를 치고, 집안을 수리하고, 사랑을 나누는 능력을 얼마나 상실했는지 솔직하게 기록한다. 의수의 딱딱한 외피에 팔이 쓸리고 여름이면 땀이 뻘뻘 흐른다는 사실에 이르기까지 의수를 착용하는 아주 일상적인 현실까지 설명한다.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갈고리 손이었다. "갈고리 손은 나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그것은 자신만만하고 솔직하고 실용적인, 내가 아끼는 미덕이었다."

이런 경험으로 그는 아버지, 남편, 인간으로서 자신에 대해 완전히 다르게 이해하게 되었다. "중요한 것을 읽은 후에 비로소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했다. (...) 나는 내 일에 몰두하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그들의 사랑에 보답하기로 했다. 전쟁터에 가까이 가지 않겠다고 아이들과 약속했다."

심각한 부상에 대한 근대 초기의 반응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괴츠 폰 베를리힝엔의 회고록이다. 베를리힝엔은 23세 때 전투 중 포탄에 맞아 손을 잃었다(1504년), 전투가 끝나고 실의에 빠진 그는 전사로서의 삶이 끝났으니 목숨을 거두어달라고 신에게 기도했다.

이 때 베를리힝엔은 부상 때문에 전사라는 이전의 정체성이 명백하게 위험에 빠짐에 따라 바이스코프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성찰하는 탐구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군인의 삶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그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팔을 잃었지만 계속 출정해 전투를 벌인 코홀레라는 종자를 기억해냈다. 베를리힝엔은 마음의 안정을 얻고 코흘레처럼 살기로 결심했다.

베를리힝엔이 팔을 잃는 사고를 당한 후에도 자신이 선택한 정체성에 의문을 품지 않고, 전쟁에 대한 환상이 깨어지지 않은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훨씬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이 사고를 이용해 자신이 선택한 정체성을 강화하고 부각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코홀레의 선례가 있긴 하지만 외팔이 기사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팔이 하나뿐이면 말에 올라타거나 갑옷을 입거나 무기를 휘두르기가 훨씬 더 어렵다.

베를리힝엔은 그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적극적인 군인의 삶을 이어나갔을 뿐만 아니라 당시 가장 유명한, 아니 악명 높은 기사가 되었다.

만일 그가 20세기의 회고록 저자라면 자신의 부상과 그에 대한 반응을 회고록의 중심 기둥으로 삼았을 것이고, 주요 줄거리도 "나는 팔을 잃었지만 그럼에도 성공한 기사로 이름을 날렸다"와 비슷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베를리힝엔은 그런 이야기를 기록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신체 손상을 활용해 남다른 의지와 용기를 과시하는 대신 자신이 잃은 것을 무시한다.

회고록이 끝날 때까지 그는 자신에게 팔이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단 두차례 언급할 뿐이다. 철 의수를 수리했다고 지나치듯 언급한 것이 첫 번째고, 장 드 셀비즈와 함께 뉘른베르크 군대를 무찌른 경위를 설명하며 막시밀리안 황제의 말을 인용했을 때가 두 번째다.

그의 부상을 다룬 몇 페이지 되지 않는 부분을 삭제하면 독자들은 그 부분에 특별히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짐작하지 못할 것이고, 그 이후의 모든 성취가 외팔이 기사의 업적이라는 사실도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극한의 경험: 유발 하라리의 전쟁 문화사

외팔이 기사 괴츠 폰 베를리힝엔과 관련해서 가장 흥미로웠던 사실 | mbong.kr 엠봉

진짜 명예에 미친 새끼들... 전쟁밖에 모르는 악귀들... 자서전에 가족 얘기는 한 줄도 안 쓰는 놈들... 팔이 잘려도 싸울 수만 있으면 쿨하게 넘어가는 작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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