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스압] 천주교에서 존나 멋진 세례명 짓기.ssul

조계종 신도증 글에

[ 법명 : 수선행]보고 생각난 내 썰인데

이 글을 더 잘 이해하려면 세례명에 대한 기본지식이 필요함

불교에 법명이 있다면, 천주교에는 세례명이 있음

김수환 추기경님도 스테파노라는 세례명이 있고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세례명은 대건 안드레아 일거임

이 세례명은 천주교의 성인들의 이름에서 따오는데

김대건 신부는 [안드레아] 라는 세례명을 받은 뒤 성인에 등재되서

[대건 안드레아] 라는 세례명이 존재하기도 함

암튼, 이 세례명을 받으려면 천주교 신도가 되야하는데

신도가 되기위해서는 교리공부 -보통 1년이내- 가 필수적임

군대 때 썰임.

나는 원래도 무교였고 지금도 무교이고 앞으로도 무교일 거지만

군대를 가면 조빱때는 종교행사가 강제되기 마련임

민망하지 않게 머리수 채워주는 거지뭐

암튼,

전통의 강호 초코파이 기독교냐, 짜장면 주는 불교로 갈 것이냐,

천주교는 이번주에 햄버거를 준다더라.. 등등 이러면서 골라 가잖아?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고, 마침 천주교가 이번주는 햄버거라길래

천주교로 향했다.

내탓이오.. 내탓이오.. 어쩌고저쩌고..

잘 알지도 못하는 미사를 따라하면서 기독교와는 약간 다른 성경도 읽어보고..

햄버거는 언제 나오나 하며 성경을 뒤적거리고 있었음

천주교 성경의 뒷쪽에는 성인(聖人)목록이라고 하여 성인들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다

이 성인들의 이름을 따와서 세례명을 받고,

독실한 신자의 경우에는 세례명으로 개명신청을 하기도 하는걸 나는 알고 있었지

그리고 참 마음에 드는 이름을 발견했어.

이게 천주교 신도가 되자고 마음먹은 계기야 (진짜ㄹㅇ)

아무튼 대충 듣기로 1년에 준하는 교리공부 시간이 필요하다고 들었는데

군종 신부님한테 여쭤보니 얼굴을 환하게 하시고선,

마침 내년 세례성사 받을 예비신자도 모집하고 있고

여기는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이므로, 매주 2시간씩 6개월만 하자는거야

당연히 ㅇㅋ지.. 주말에도 잡일 끌려가는 이등병이 이런 좋은 핑계거리가 생기는데..

그렇게 교리공부를 시작했고 세례명을 받겠다는 결심으로 존나 열심히 했다

기도문 외울게 생각보다 많더라. 기독교랑 완전 다름..

주기도문 사도신경만 하면 끝인줄 알았는데 외우고 있던 기도문이랑도 미묘하게 다르고..

그래도 혼자하는게 아니고 아저씨 4명이랑 같이 해서 할만했음

이 아저씨들 4명다유아세례는 받았는데 군대에서 천주교를 다시 오게된 케이스더라

나만 쌩(?) 일반인이였음

암튼 일병도 달게되고 종교행사 참석의무도 없어져서 지겨워질 때쯤

신부님이 세례성사 받을 때 받을 세례명을 미리 정해두자고 하시네

퍼킹예아시부랄 내가 이날만을 기다려왔다 하면서, 딱. 성인목록의 이름 하나를 짚었는데

진짜로? 정말이니? 라며 몇번 되물으셨고,

저는 이 이름으로 개명하려고 교리공부를 시작했다. 라고 말씀드렸지

그리고 진짜 ㅈㄴ 개 작살나게 혼이났음..ㅠㅠ

너는 복귀하지 말라면서 상담이 필요하다고 전화하시더니

진짜 밥도 못먹고 8시반에 복귀했다.

그때 고른 이름이..

성녀 섹스부르가(Sexburga)다. 실제로 등재되있는 이름이야
https://maria.catholic.or.kr/sa_ho/list/view.asp?menugubun=saint&ctxtSaintId=1269

이걸로 세례명 받은다음에 독실한 천주교 신자 명목으로 개명신청해서
[전○○] → [전섹스부르가]를 내 이름으로 하려고 했는데... 하..

자기소개할때도 "전, 섹스부르가 입니다" 라며 다니는

존나 개멋진 아이디어가 날라가는 순간이였지.

지금생각하면 철없긴 하지만 마음은 진짜였는데...

그리고 결정적으로 동일한 성별의 성인명중에서 골라야 된다고 말씀하시더라

하 아까비..

무튼 6개월 교리공부 존나 허삿일되고 세례명도 그냥 안받았음..

교리공부한 시간이 아깝다고 다른 이름고르라고 하셨는데

나중에 이런 불순한 마음이 아니라 진실될 때 교리공부를 다시하겠다고 하고

종교행사는 그 다음부터 한번도 안나갔음

썰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