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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휴가전에 영창갈뻔한 S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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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일병: 박xx 병장님? 탄창이 없어졌습니다...


박 병장(본인): 응......?

강원도 동해안 경계부대에서 있었던 실화입니다.

때는 말년휴가를 앞두고 있을 쯤 마지막 경계 근무를 섰을 때입니다. 날씨는 영하 10도 가까이었고 눈과비가 엄청나게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저의 군생활 목표는 중간만 하자였습니다. 실제로 말년까지 계속 모나지도 특출나지도 않는 군생활이었죠. 근데 하필 마지막 저희 소초에서 최고의 요주인물인 고문관이랑 서게 됐었습니다.

사실 고문관 친구는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갑자기 연병장을 가로질러 근무교대하러 가던 도중 공포탄을 쏘지 않나... 위병소 키를 잃어버리지 않나... 핸드토키를 부셔먹지 않나... 정말 남들은 소초 생활하면서 한 번 일어날까 말까한 사고를 여러 번 친 사람이었습니다.

그 날로 다시 돌아가보면... "설마 무슨 일 있겠어." 라고 생각하면서 그 친구와 4km 남짓의 거리를 걸어갔습니다. 초소 가는 길 도중에는 철책이 있는데 그 철책에 붙어있는 딱지른 돌려야 했습니다. 위 아래로 붙어있어서 보통은 선임이 위에 것을 후임이 아래 것을 까야 했지만 저는 괜히 그것도 꼬투리 잡힐까봐 그냥 위 아래 전부까면서 초소에 투입됐었습니다.

캄캄한 초소에 도착했을때는 그 친구의 각종 장비가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확인했고 다른 것들은 상관없으니 본인 장비만 잘 챙겨달라고 부탁했었습니다.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초소 이동"을 했었어야 했습니다. 별탈 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저는 너무도 기뻤고 달빛이 비치는 바다를 보며 온갖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초소 이동을 끝맞췄을때 저는 그래도 이 친구한테 군생활 힘내라고 말해주려는 찰나에 이 친구가 갑자기 자기 총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두리번 거리고 있었습니다.

"박xx 병장님 탄창이 없어졌습니다."

"응...?"

저는 그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재빨리 그 친구의 총을 해보니 정말로 탄창이 빠져있었습니다.

"박xx 병장님이 장난치신겁니까?" 그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희미하게 보인 그 친구가 짜증이 난 듯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태어나 처음으로 사람을 때리고 싶다라는 느낌이 들었었죠.

"아니... 내가 그딴 장난을 왜 치냐. 너한테" 정말 화가 났지만 간신히 억누르며 말했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생각을 하니 화가 나네요.

"아씨... 그럼 어디 간거지."

저는 근무가 끝나기까지 한시간 반동안 무조건 저 실탄이 들어있는 탄창을 찾아야 했습니다. 못찾으면 말년휴가가 어떻게 바뀔지 몰랐으니까요... 저는 그 친구한테 우선 초소에 있으라 하고 ㄱ자 랜턴을 킨 후 이동해온 캄캄한 어둠속에서 탄창을 찾아야 했습니다.

눈이 녹아서 헤질때로 헤진 전투화에는 물이 들어오고 바닷바람은 피부를 찢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혼자서 아무리 찾아봐도 탄창을 나오질 않았습니다.

온몸을 떨며 초소 안으로 다시 돌아갔을때 그 친구는 아무 일 없단 듯이 핫 팩을 흔들며 손을 녹이고 있었습니다. 아까 전에는 간신히 참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분노가 치밀어올랐습니다.

"짐 싸. 이 개새끼야."

사실 군생활하면서 후임들한테 욕을 한 적도 뭐라고 한 적도 없었습니다. 사실 괜히 했다가는 휴가 짤릴까봐 걱정되어서 였었죠. 욕을 먹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안 건지 짐을 챙기라니까 렉 걸린 NPC처럼 버벅거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에 도박을 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대로 근무시간을 다 채우고 복귀를 하냐. 아니면 다시 한 번 소초에서 걸어온 모든 길을 찾느냐였죠. 저는 당연히 후자를 택했습니다.

하지만 그 탄창은 결코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사실 4km의 중간에는 민간인도 다니는 길이 있어서 민간인이 가져갔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온 몸에 힘이 빠진 채 소초에 복귀를 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간부의 모습. 제 심장은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그 친구에 대한 분노, 군생활 막판에 조졌다라는 온갖 생각에 휩싸였었습니다.

"탄알집 제거"

"탄알집 제거. 격발 이상무"

간부가 저희를 보자마자 졸린 표정으로 탄알집 제거를 외쳤습니다. 저는 반사적으로 복명복창을 했었고 그 순간 옆을 돌려봤습니다.

(응......? 왜 쟤한테는 탄알집에 관해서 얘기가 없지?)

저는 그 친구를 뭐지?라는 표정으로 쳐다봤습니다. 하품을 하다 걸린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박xx 병장님? 저 실탄 안받았습니다."

인생 처음으로 글로만 보던 머리에 망치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저 멍하니 걔를 쳐다봤습니다.

"고생하십시오~"

"아니... 야 잠깐만 초소에서 확인했을때 탄창 끼고 있었잖아?"

"아...... 그거 소초장님이 빈 탄창이라도 끼라고 해서 꼈었습니다."

정말 빅엿을 먹은 기분이었습니다. 그 지옥같던 순간이 지나고 말년휴가 당일날 보급계원을 찾아갔습니다. 그 새끼 탄창 잃어버렸으니 당장은 털지 말고 추후에 있을 개인장비점검때 털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생각나는 아찔한 경험이었습니다.

말년휴가전에 영창갈뻔한 SSUL. | mbong.kr 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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